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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트윈스의 에이스, 케이시 켈리를 보내며

by pantouflarde 2024. 7. 21.

어제 오전, 엘지트윈스 팬들에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19년부터 함께한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가 교체된다는 기사였죠. 심지어 어제는 켈리가 선발 투수로 경기를 뛰는 날이었는데, 이런 기사를 접하게 되니 상당히 당황스러웠어요. 반박 기사가 나오지 않았기에 이게 사실이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켈리의 마지막 경기를 보고 그리고 이어진 고별식을 보며 이 기억을 조금 더 오래 남겨놓고자 글을 써보려고 해요.


강팀이 되는 과정을 함께한 켈리 

켈리는 엘지트윈스에 2019년에 왔습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엘지트윈스의 선발투수로 활약한 선수죠. 어느 팀에나 외국인 선수는 있지만 이렇게 오래 한 팀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는 흔하지 않습니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너무 잘하게 되면 메이저리그 등 타 리그로 이적을 하게 되고, 못하면 방출 당해서 빠르게 이별하게 되기 때문에, 긴 인연을 이어가기가 힘든 것이 외국인 투수와 팀의 관계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엘지트윈스에도 많은 선수들이 왔다 갔지만, 켈리와는 오랜 기간을 함께한 것 외에 우승까지 가는 길을 함께 했기에 더 큰 의미를 갖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엘지트윈스는 꽤 오랜 기간동안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이었습니다. 아니, 우승은 커녕 암흑기 시절에는 가을 야구라고 불리는 포스트 시즌조차도 가지 못하는 팀이었죠. 그런 시기를 견뎠던 제게 외국인 투수들은 그저 한 시즌 또는 두 시즌 정도 스쳐 지나가는 선수였습니다. 그러다가 주키치, 윌슨, 소사, 리즈 같은 선수들이 꽤 오랜 기간 엘지트윈스와 함께하게 됐고, 특히 윌슨은 야구 실력뿐 아니라 인성 그리고 워크에식도 좋은 선수라 아직까지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켈리도 윌슨처럼 야구를 잘하는 것은 물론, 팀을 사랑하고, 팬을 사랑하고, 그리고 야구를 사랑하는 선수였어요. 엘지트윈스는 이런 선수와 함께 매해 가을 야구를 가는 강팀으로 성장했고 와일드카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켈리와 함께하게 됩니다. 이렇게 한 단계씩 올라가는 모든 과정에 우리는 켈리라는 1선발과 함께 했기에 더 기억에 남는 선수인 것 같아요.


팀 퍼스트, 멋진 마인드의 케이시 켈리

켈리가 엘지트윈스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팀 퍼스트 마인드였습니다. 사실 외국인 선수들은 돈을 벌러 타지에 온 것이기 때문에 딱 받은 만큼만 하면 되고 무리해서 임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정해진 조건을 채우면 드러눕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또 과하게 많이 던지게 되면 몸에 무리가 가서 선수 생명에 위험이 될 수 있으니, 꾀를 부리는 선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켈리는 한 번도 그런적이 없었던 선수이기 때문에 팀 스포츠인 야구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켈리가 2019년부터 2024년 7월까지 뛰었기 때문에 5년이 넘는 기간을 함께 했어요. 이 기간동안 첫째 딸인 카미가 태어나고 둘째인 CJ가 태어나기도 했죠. 이런 과정을 모두 우리가 함께 했습니다. 특히 둘째가 태어날 때는 출산 휴가도 반납하고 엘지트윈스를 위해 공을 던진 선수입니다. 저는 아직 아이가 없어서 잘 모르지만, 아이가 있는 분들이라면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들 알고 계실 거예요. 

 

또 불펜 투수가 부족한 팀 사정을 생각해서 이미 패전 투수가 될 상황임에도 끝까지 공을 던지기도 했고, 최대한 이닝을 많이 끌어가면서 불펜 투수들이 쉴 수 있도록 해줬던 투수이기도 합니다. 연속 5이닝 이상을 투구한 기록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회자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선발 투수가 5이닝을 매번 던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계실거예요.


켈리의 새로운 삶을 응원합니다.

당장 오늘부터는 사실상 켈리는 엘지트윈스 선수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엘지트윈스 팬들은 켈리와 그의 가족을 응원하고 그들이 행복하길 바랄거라 생각해요. 켈리의 말대로 야구를 잘했던 엘지트윈스의 선발 투수로 계속 이야기 될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켈리뿐 아니라 매번 야구장에 찾아와 밝은 에너지를 전해주던 켈리의 가족들도 오래 기억에 남을 거예요!


이제 우리는 새로운 선수와 함께 더 높은 순위를 향해 달려가야 할 시기입니다. 켈리가 떠난 것이 아쉽지 않도록 엘지트윈스가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길 바라요. 그리고 켈리 선수의 새로운 삶도 언제나 행복과 행운이 가득하길 빕니다.